희망의 글

신앙교육을 조율하는 다른 감각 (장로회신학대학교 '재난과 교회' 글)
2021-12-07 11:42:15
권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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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교육을 조율하는 다른 감각

광주제일교회 권대현 목사

들어가며

코로나19가 가져올 파장은 아픔과 거리두기라는 단어로 다가옵니다. 그 동안 가졌던 삶과 신앙에 관한 생각들의 경계가 허물어졌습니다. 예배는 모여서 드려야 하고, 신앙교육은 만남이라는 것이 소중하다는 믿음이 흔들리며, 수많은 질문과 응답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어쩌면 미래에는 평범할지도 모르는 신학과 교육이 오늘의 흔들림 속에서 생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면하여 만나는 것이 어려워진 낯선 상황과 위기 앞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어린아이와 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인터넷과 디지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어르신들은 본 교회의 예배에 참여할 수 없기에 의도치 않은 소외를 경험합니다. 또한 다음세대는 이전에도 이미 불안하고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교회로 모일 수 없는 상황은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에 직면한 오늘입니다.

 

새로운 위기 앞에서의 ‘다른 감각’

히브리인들은 바벨론 포로로 끌려간 후, 더 이상 성전제사를 드릴 수 없었습니다. 성전의 파괴로 인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를 맞이합니다. 그들은 바벨론에서 두 가지 대안을 찾게 됩니다. 하나는 ‘안식일’이고, 다른 하나는 ‘회당(Synagogue)’입니다. 아브라함 요수아 헤셀은 <안식>이라는 책에서,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떤 종교는 거대한 성당이나 사원을 세우지만, 우리는 시간 속에 성스러움을 채우려면 다른 감각이 필요하다.’ 그들이 다른 감각을 통해 찾은 대안은 ‘안식일’이었습니다.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성화한 것입니다. 시간의 건축술을 통해 시간의 성소인 안식일을 재발견하게 됩니다. 그 동안 장사를 위해 거추장스럽게 여겼던 안식일의 재발견이었습니다. 가장 비물질적인 것,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또 하나는 새로운 공간인 ‘회당’이었습니다. 회당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토라를 듣고, 자녀들을 신앙으로 가르쳤습니다. ‘하잔’이라고 하는 교사가 그 역할을 감당합니다. 어느 시대나 위기와 재난 속에서 다른 감각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는 노력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의 위기 앞에 새로운 기독교교육적 대안을 찾는 노력은 중요한 교회와 신앙교육의 과제일 것입니다.

 

주도권의 이동: 교회교육에서 가정교육으로

현재의 위기상황은 대면하고, 모이는 교회라는 현장에서 신앙교육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독교교육의 주도권이 ‘교회’에서 ‘가정’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교회교육이 주도권과 전문성을 가지고 다음세대를 교육했고, 가정교육은 보조적 위치를 점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이를 역전시키고 있습니다. 마치 과거 히브리인의 신앙교육처럼 말입니다. 출애굽기12:26 ‘이 후에 너희의 자녀가 묻기를 이 예식이 무슨 뜻이냐 하거든’ 자녀들이 부모에게 유월절에 대해 묻는다면, 설명하고 교육하라는 것입니다. 신앙교육의 책임과 주체는 부모였으며, 현장은 가정이었습니다. 이를 재발견하게 됩니다. 현재, 자녀들은 부모님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정에서 보내게 되고, 예배도 가정에서 부모님과 함께 드리는 형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목회자와 교사는 교육자료를 제공하는 보조적 위치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교회는 부모를 신앙의 파트너라는 인식을 바꾸려 노력했지만 변화는 미미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사태는 이를 단숨에 변화시켰습니다. 신앙교육에서의 ‘안일’과 ‘반복’과 ‘당연함’이 치명상을 입고,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긴장’과 ‘변화’와 ‘간절함’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의도치 않은 상황이 부모를 다시 신앙교육의 주체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교회에서 제공하는 예배와 교육방법과 프로그램들을 제공받고, 실제 신앙교육의 현장인 가정에서 신앙교육에 대해 주체로 다시 서야하는 변화의 시점이 이른 것입니다.

 

교육방법의 전환: 하이브리드의 도전

코로나19이후, 교회교육은 예배와 교육자료를 대부분 디지털로 제공합니다. 교회홈페이지나 유튜브(Youtube)를 통해 제공하며, SNS를 통해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합니다. 그 동안 교회교육은 아날로그방식이었지만, 그 모양과 방법이 변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세대는 2000년 이후 출생자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이 익숙한 세대입니다. 스마트폰을 뇌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세대입니다. 하지만 교회는 다음세대를 교육하는데 디지털의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익숙한 방법, 기성세대인 교사들이 익숙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바꾸었습니다. 아날로그로 전달할 방법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디지털을 사용하는 교회만이 학생에게 교육내용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 교회교육의 방법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하이브리드적(hybrid)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도전을 급속히 경험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 디지털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교회와 그렇지 않은 교회의 둘 사이에 격차가 심화될 것입니다. 이것은 세대를 읽어내는 교회의 능력과 관계가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변화는 학생들에게 일어납니다. 다음세대라 경험하는 디지털 컨텐츠(contents)들은 학습과 오락과 ‘시선 끌기와 ’시간 죽이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디지털을 통해 ‘거룩’이라는 것을 만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매일 사용하던 스마트폰이나 테블릿이나 PC를 통해 예배를 드리고, 신앙교육 자료를 보게 되고, 스마트폰의 화면을 통해 교회학교의 교역자와 교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변화입니다. 교회는 수 십 년 동안 유지해왔던 패턴의 변화와 반성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새로운 세대이해를 통한 새로운 교육방법으로의 전환입니다.

 

교육목표 변화: 시대에 응답하는 그리스도인

신앙교육의 목표는 그리스도인을 만들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성장과 삶을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19사태는 목표를 ‘구체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을 만들거나 성장시키는 것으로부터 ‘어떤 그리스도인이 될 것인가’에 대한 변화입니다. 한국교회의 기독교교육이 개인의 신앙성숙과 영적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리스도인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슈가 부각되면서, 세상을 위한 복음과 복음이 공적인 영역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교회가 갖는 변화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그 동안 교회는 신앙교육의 주체로의 역할과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독점과 경계로 교회 안에 한정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의 변화는 그리스도인 각자가 사회속의 일원임을 인식시켰고, 사회를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합니다. 복음이 광장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또한 더 이상 모일 수 없는 상황에서 ‘의존적 신앙’으로부터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신앙의 주체로서 단독자로 서야 하는 것과 ‘자발성’과 ‘홀로서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기독교교육 전문가와의 대화에서 오늘의 다음세대는 ‘하나님이 계신가 계시지 않은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왜 종교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다음세대가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는 신앙이 세상과 분리되었기 때문이며, 그리스도인의 삶이 공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년의 경우, ‘교회 중심’과 ‘주일 중심’으로부터의 변화를 요청받습니다.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흩어지는 교회와 일상 중심의 그리스도인으로의 변화를 도전받습니다. 신앙교육의 목표가 구체화 되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여행에서

신앙교육이란, 단기간의 교육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짧은 기간의 교육은 회개, 각성에는 유리하지만, 삶 전체의 변화에는 한계를 갖습니다. 교회의 기독교교육은 주로 여름과 겨울의 여름성경학교와 수련회를 중심으로 단기간의 교육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을 대안학교에 보내, 시간과 장소를 확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퇴로가 막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여행입니다. 긴 시간이 주는 축복은 삶의 태도와 방식과 의식의 변화이며, ‘되어감’입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변화를 원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코로나19사태가 마쳐진 ‘미래’가 ‘오늘’에게 질문할 내용입니다. ‘다시 과거로 회귀했느냐’ 아니면, ‘신앙이 변했느냐’, ‘과거를 고수했느냐’ 아니면 ‘시대와 위기에 응답했느냐’는 것입니다. 오늘 교회의 신앙은 수많은 신앙적 질문 앞에 대답해야 할 책임과 살아내야 하는 책임을 동시에 갖습니다. 신앙교육도 그 동안의 교육과 다른 무너진 경계들을 발견합니다. 이후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필자도 답할 수 없습니다. 다시 열심을 낼지, 흩어질지, 교회가 양극화될지, 제자리 찾기를 할지 말입니다. 어려운 시절, 교회의 신학과 삶과 책임과 목회자의 신학과 목회철학은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동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나아가며

오늘이라는 시대에서 목회자는 매 순간이 도전이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 같습니다. 신앙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다음세대란 영원히 전통과 다른 이름이며, 기존의 교육의 틀에 대한 도전입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이라는 시대와 현재 찾아온 상황 속에서 오직 바른 신학을 찾아가고, 시대에 응답하는 목회를 찾아가는 노력만이 건강한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되어가게(becoming)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입니다. 다음세대가 결코 어리지 않으며, 틀린 것이 아니며, 실험할 것이며, 그들이 내일의 기독교 신앙을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신뢰해 주는 것입니다. 또한 기성세대도 새로운 상황의 도전 앞에 자신의 신앙을 ‘재점검’하고 ‘재발견’하고, ‘재정의’하는 일을 통해 새로운 조율이 이루어야 합니다. 어렵지만 창의적 접근과 다른 감각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위기의 상황 속에서 기성세대는 교회의 미래인 다음세대에게 새로운 희망을 찾도록 따뜻하게 격려하고, 현재인 장년세대에게는 다음세대를 바라보며 새로운 조율의 기회로 아름답고 성숙한 변화를 다시 시작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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