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51010 [민 18:1-7]
2025-10-10 06:07:47
광주제일교회
조회수   39

검은불꽃 이미지.jpeg

영적 질서를 세우시는 하나님
  
"여호와께서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와 네 아들들과 네 조상의 가문은 성소에 대한 죄를 함께 담당할 것이요 너와 네 아들들은 너희의 제사장 직분에 대한 죄를 함께 담당할 것이니라" [민수기 18:1]


   하나님은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도 질서를 세우시는 분이십니다. 광야의 시간은 백성들에게 끊임없는 불안의 연속이었습니다. 성막은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었지만 동시에 거룩한 두려움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나답과 아비후가 다른 불을 드리다 죽었고, 고라와 그 무리들이 제사장의 권위를 넘보다 땅이 갈라져 삼켜졌습니다. 백성들은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일이 곧 죽음으로 이어질까 두려워 떨었습니다. “우리가 다 망하게 되었나이다”(민 17:13)라는 그들의 고백은, 하나님을 향한 경외와 공포가 뒤섞인 절규였습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는 아론과 레위인을 세워 성막의 일과 제단의 일을 구분하시며, 임재의 자리를 지키는 질서를 세우셨습니다. 하나님은 무질서 속에서 멀리 물러서시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질서를 통해 임재를 보존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아론에게 “너와 네 아들들과 네 조상의 가문은 성소에 대한 죄를 함께 담당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단순한 업무 분장이 아니라, 거룩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라는 부르심입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서는 일은 영광이면서 동시에 책임입니다. 그 책임은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공동체의 몫입니다. 제사장이 제단을 섬길 때, 레위인은 그 곁을 지켰습니다.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모두의 깨어 있음이 거룩을 지켜냈습니다. 신앙은 혼자의 열심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나 하나만 바로 서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공동체는 금세 흔들립니다. 하나님은 “함께 담당하라”고 하십니다. 교회의 질서 또한 그와 같습니다. 목회자와 장로, 권사와 집사, 그리고 모든 성도들이 함께 거룩의 울타리를 세워갈 때, 하나님의 임재는 그 안에 평안으로 머뭅니다.

   또한 하나님은 레위인을 “선물로 주었다”(민 18:6)고 말씀하십니다. 서로의 존재가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제사장은 레위인을 부릴 수 있는 주인이 아니고, 레위인은 제사장의 그늘에 종속된 이가 아니었습니다. 서로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공동체도 그러합니다. 함께 예배하고, 서로를 세워가며, 다른 역할 속에서 하나의 목적을 이루어가는 것이 교회입니다. 직분은 지위가 아니라 은혜의 증거입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셨기에 우리는 자랑이 아니라 감사로, 권세가 아니라 섬김으로 그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은 질서를 통해 임재를 보호하십니다. 무질서 속에서는 하나님의 평강이 자라지 않습니다. 질서가 세워질 때, 그 안에 평화가 깃들고, 그 평화 속에서 임재가 드러납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부모답게, 자녀가 자녀답게 서 있을 때 사랑이 흐릅니다. 교회에서는 각자의 직분을 존중할 때 은혜가 깊어집니다. 일터에서는 신앙인이 정직과 성실로 경계를 지킬 때 하나님이 그 일을 통해 영광 받으십니다. 질서는 억압이 아니라 보호이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베푸신 자비의 울타리입니다.

   오늘 하루, 내게 맡기신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를 소중히 여깁시다.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고, 눈에 띄든 보이지 않든, 하나님이 주신 자리라면 그곳이 바로 거룩의 현장입니다. 질서를 지키는 일은 하나님이 주신 임재의 자리를 지키는 일입니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라, 화평의 하나님이십니다(고전 14:33). 우리가 맡은 자리에서 그분의 질서를 세우고, 그 질서 안에서 평강을 누릴 때,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 안에 살아 계십니다.

댓글

댓글쓰기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