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끈, 거룩의 삶
“너희가 내 모든 계명을 기억하고 행하면 너희의 하나님 앞에 거룩하리라 나는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해 내었느니라 나는 여호와 너희의 하나님이니라”[민 15:40-41]
우리는 기억의 한계를 지닌 존재입니다. 은혜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불평이 입술에 오르고, 응답의 감격이 사라지기도 전에 마음은 다시 세상을 향해 흔들립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옷단에 술을 만들고 청색 끈을 달게 하셨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리는 그 끈은 속삭입니다. “너는 하나님의 백성이다. 말씀을 잊지 말아라. 거룩하게 살아라.”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한 기억을 붙잡으시는 분이십니다. 말씀과 기도, 성령의 감동과 공동체의 예배라는 끈을 삶 곳곳에 두셔서, 사라져가는 신앙을 붙드십니다. 우리가 오늘도 믿음 안에 서 있는 것은 우리의 결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 기억은 단순한 회상에 머물지 않습니다. 성경은 “이 술은 너희가 보고 여호와의 모든 계명을 기억하여 준행하고”(39절)라고 말합니다. 진짜 기억은 삶으로 이어집니다. 말씀을 기억하는 사람은 반드시 순종으로 나아갑니다. 직장에서 정직을 선택할 때, 가정에서 사랑의 언어를 사용할 때, 교회에서 작은 섬김을 실천할 때, 기억은 곧 거룩으로 열매 맺습니다. 청색 끈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눈과 마음을 다시 하나님께 돌려 실제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은혜의 장치입니다. 기억 없는 순종은 형식이고, 순종 없는 기억은 공허합니다. 기억은 곧 거룩의 시작이며, 오늘의 발걸음을 하나님의 백성답게 세우는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기억과 거룩은 우리의 의지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언약 가운데 우리를 붙드시는 은혜입니다.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라.” 이 음성은 과거의 은혜를 다시 기억하게 하고, 오늘의 믿음을 붙들며, 내일의 소망을 새롭게 합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는 관계적 고백입니다. 우리의 작은 순종 하나, 거룩한 선택 하나가 하나님과의 언약을 다시 새기게 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하나님은 “너는 내 백성이라, 나는 너의 하나님이라” 말씀하시며 우리를 굳게 세우십니다. 오늘도 기억의 끈을 붙잡아, 유혹 속에서도 말씀을 떠올리고, 그 기억을 거룩으로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그리할 때 우리의 매일은 하나님의 임재로 빛나고, 발걸음마다 언약의 하나님이 동행하시는 은혜와 평강이 가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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