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60102 [신 25:13-16]
2026-01-02 05:24:11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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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저울추를 두라

“오직 온전하고 공정한 저울추를 두며 온전하고 공정한 되를 둘 것이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서 네 날이 길리라”[신 25:15]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며 끊임없이 삶을 재고 또 잽니다. 말 한마디를 삼킬지 내뱉을지, 약속을 끝까지 지킬지 적당히 넘길지, 손해를 감수할지 계산으로 피할지를 두고 마음은 늘 저울 앞에 섭니다. 그 저울은 소리 없이 작동합니다. 기준이 무너지는 순간도 대부분은 조용합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그다음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어느새 우리는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저울추가 조금씩 옮겨질 때, 삶의 무게중심은 서서히 달라지지만 우리는 그 변화를 거의 느끼지 못한 채 하루를 넘깁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의 고백보다 삶의 방향을, 우리의 말보다 기준이 놓인 자리를 묻고 계십니다. 신명기의 말씀은 삶을 크게 흔들어 깨우기보다, 우리가 매일 손에 쥐고 있는 기준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한 주머니에 두 저울추를 두지 말라”는 말씀은 장터에서의 정직을 넘어 마음의 분열을 비추는 말씀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신앙인으로 서 있으면서, 삶의 현장에서는 계산과 유리함을 기준 삼는 모습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두 기준은 겉으로는 큰 충돌을 일으키지 않지만, 삶을 서서히 갈라놓습니다. 하나님은 이 조용한 어긋남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십니다. 불의한 저울을 가증하게 여기신다는 표현 속에는, 단순한 도덕적 판단을 넘어 하나님을 삶의 중심에서 밀어내는 태도에 대한 깊은 애통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정직을 차갑고 무거운 의무로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그리하면 네 날이 길리라”는 약속은 더 많이 얻으라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삶이 무너지지 않고 오래도록 바로 서게 하시겠다는 은혜의 언어입니다. 공정한 저울을 붙드는 삶은 손해를 각오한 고집이 아니라, 삶의 주권을 하나님께 맡기는 신뢰의 표현입니다.
   이 묵상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일상은 여전히 바쁘고, 선택의 순간들은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기준이 하나님께 돌아간 삶은 이전과 같은 하루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말 한마디를 앞두고, 작은 이익 앞에서 멈칫하게 되는 순간마다 우리는 다시 저울을 손에 쥐게 됩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을 의식하는 마음은 계산보다 신뢰를, 편의보다 진실을 선택하게 합니다. 공정한 저울은 눈에 띄지 않지만, 관계를 무너지지 않게 붙들고 삶의 중심을 지켜 줍니다. 삶이 복잡해질수록 기준을 단순하게 붙드는 것이 믿음이며, 흔들릴수록 다시 하나님께 저울추를 돌려놓는 것이 성숙입니다.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하나님께 기준을 맡긴 삶으로 하루를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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