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50728 [출 23:1-9]
2025-07-28 06:14:33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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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굽게 하지 말며
 
“너는 가난한 자의 송사라고 정의를 굽게 하지 말며” [출 23:6]

 

   하나님은 출애굽기 23장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새로운 공동체의 질서를 명령하십니다. 거짓된 풍설을 따르지 말고, 다수의 흐름에 휩쓸리지 말며, 감정이나 편견이 아니라 진리를 기준 삼으라 하십니다. 이는 단순한 재판 규정이나 윤리 지침이 아니라, 애굽의 억압에서 건짐 받은 자들에게 주시는 ‘구원받은 자의 삶의 방식’입니다. 특별히 하나님은 말의 무게를 강조하시며, 사실이 아닌 말,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 사람을 무너뜨리는 말에 침묵하거나 동조하지 말고, 진실한 증인이 되라고 명령하십니다. 거짓은 공동체를 해치는 일이며, 말 한마디로도 하나님의 정의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경계하십니다.

   하나님은 또한 약자를 향한 우리의 시선과 태도에 대해서도 공의를 요구하십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무조건 두둔하지 말고, 반대로 연약하다고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진정한 정의는 연민이나 거리낌, 감정적 기울어짐을 넘어, 하나님의 공정하신 눈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의는 ‘원수’에게까지 미칩니다. 하나님은 나를 미워하는 자, 내가 외면하고 싶은 자의 짐을 함께 지라고 하십니다. 그가 길 잃은 짐승을 찾아야 한다면 돌려주고, 쓰러진 짐승이 있다면 도와 짐을 풀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복음의 삶을 실제로 살아내는 가장 구체적인 훈련이며, 우리 안에 하나님의 성품이 새겨지는 자리입니다. 원수를 외면하지 않고 손 내미는 것이야말로 복음의 능력이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정의는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우리는 창조 때부터 하나님의 공의와 진실, 자비를 반영하도록 지음 받았으나, 죄로 인해 그 형상이 뒤틀렸습니다. 그러므로 정의를 실천한다는 것은 단지 옳은 일을 행하는 차원을 넘어서, 무너진 하나님의 형상을 다시 세우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정의는 교회 안에서, 가정 안에서, 일상에서 특별히 말 한마디, 판단 하나, 반응 하나 안에서 드러납니다. 오늘 하루, 내 감정보다 하나님의 기준을 따르고,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진리를 말하며, 외면하고 싶던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그 걸음 속에서 하나님의 다스리심이 시작됩니다. 그 작은 실천이 바로 우리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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