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오늘도 말씀하십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종 모든 선지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여 이르시되.”[열왕기하 21:10]
삶을 살아가다 보면 하나님께서 멀리 계신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기도는 드리지만 마음은 쉽게 밝아지지 않고, 말씀을 읽어도 아무런 울림이 없는 것 같으며, 하나님은 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경을 오래 곁에 두고 천천히 읽다 보면 하나님께서 침묵하신 적보다 사람이 하나님의 음성에 익숙해져 버린 시간이 훨씬 많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열왕기하 21장은 하나님을 떠난 한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므낫세는 하나님께서 허물라 하셨던 것들을 다시 세우고, 성전까지 우상으로 더럽혔으며, 백성 또한 왕을 따라 하나님에게서 멀어졌습니다. 죄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이 되었고,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삶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선지자들을 보내어 계속 말씀하셨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진 것처럼 보이는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말씀을 거두지 않으셨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나님의 사랑은 사람의 인내보다 훨씬 길고, 하나님의 기다리심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넘어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은 죄를 외면하지 않으시지만, 죄인에게 말씀하기를 포기하지도 않으십니다. 그 오래 참으시는 사랑이 오늘도 우리를 향해 조용히 흘러오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하나님은 우리의 삶 속에서 이미 수없이 말씀해 오셨습니다. 예배 가운데 마음에 오래 남았던 한 구절, 아무 생각 없이 펼쳤던 성경에서 유난히 시선이 머물렀던 말씀, 기도하는 중에 문득 떠오른 깨달음, 때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실패와 막힘, 가까운 사람의 진심 어린 권면을 통해 하나님은 여러 번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말씀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에 익숙해진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눈물로 받았던 말씀이 어느새 아는 내용이 되고, 삶을 바꾸어 놓았던 말씀이 기억 속의 문장이 되어 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의 위기는 말씀이 없는 데 있지 않고, 말씀이 더 이상 마음 깊은 곳까지 내려가지 않는 데 있습니다. 순종을 미루는 일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하나님의 뜻보다 내 경험과 계산이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말씀이 내 안의 교만을 드러내고, 감추어 두었던 욕심을 비추며, 애써 외면했던 삶의 방향을 다시 묻게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여전히 나를 사랑하신다는 가장 따뜻한 증거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편안함을 지켜 주시는 것보다,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에게서 멀어지지 않도록 붙드시는 일을 더 소중히 여기시는 분이십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특별한 체험이나 놀라운 사건 속에서만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과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조용히 우리의 이름을 부르십니다. 성경을 펼치는 시간에도, 예배를 드리는 자리에서도, 바쁜 하루를 살아가다 문득 마음이 멈추는 순간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향해 말씀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새로운 지식을 더해 주기 위한 정보가 아니라, 방향을 잃은 삶을 다시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생명의 음성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말씀이 아니라, 이미 여러 번 들었지만 아직 끝까지 순종하지 못한 그 한 말씀인 경우가 많습니다. 신앙은 새로운 음성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들려주신 말씀을 오늘의 삶으로 다시 살아 내는 일입니다. 오늘 하루도 수많은 소리와 분주함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다른 어떤 소리보다 더 깊이 마음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 말씀을 서두르지 않고 오래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조금씩 자신의 길보다 하나님의 길을 더 신뢰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보다 하나님의 마음을 더 닮아 가게 됩니다. 그렇게 말씀이 삶이 되는 하루하루가 쌓여 우리의 인생은 어느새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방향으로 빚어져 갈 것입니다. 오늘도 말씀하시는 하나님 앞에 잠시 걸음을 늦추고 귀를 기울이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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