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마음인가, 자기 열심인가
"그러나 예후가 전심으로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율법을 지켜 행하지 아니하며 여로보암이 이스라엘에게 범하게 한 그 죄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더라"[열왕기하 10:31]
살아가다 보면 문득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데, 처음 그 자리에 섰던 마음도 그대로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하고, 맡겨진 일도 감당합니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이는데, 마음은 어느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무엇을 해도 감사했고, 작은 일 하나도 기쁨으로 감당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함은 은혜를 조금씩 밀어냅니다. 해야 할 일은 늘어나고 책임은 무거워집니다. 그러다 보면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간보다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집니다. 믿음이 사라진 것은 아닌데, 마음 한가운데를 채우던 하나님이 조금씩 가장자리로 밀려난 것 같은 날도 있습니다. 사람은 그렇게 갑자기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두렵습니다. 아주 조금씩,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마음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후는 하나님께 쓰임을 받았고,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이루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의 삶을 화려한 업적으로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다하지 아니하였다." 그 한 문장이 모든 이야기를 덮습니다. 바알은 무너뜨렸지만 금송아지는 남아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하나님보다 더 놓기 어려운 것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욕심은 많이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인정이 없으면 괜히 허전해지고, 오래 쌓아 온 수고가 가볍게 여겨질까 마음이 흔들립니다. 내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운함이 오래 남고, 계획이 어그러지면 하나님보다 불안이 먼저 커집니다. 그런 마음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믿음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오래 머물지 않으면 내 안의 금송아지는 끝내 금송아지인 줄 모르고 지나가게 됩니다.
말씀을 읽을수록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것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일을 해낸 사람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끝까지 간직한 사람, 누구보다 앞서 달린 사람보다 하나님 없이 살 수 없음을 아는 사람을 기뻐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믿음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이루어 가는 길이라기보다, 조금씩 자신을 내려놓는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믿을수록 더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정직한 사람이 되어 가고, 오래 섬길수록 더 큰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더 작은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 믿음의 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다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하나님을 위해 살아간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하나님보다 붙들고 있는 것은 없는지, 열심히 섬기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나 자신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용히 돌아봅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다시 배우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것은 분주한 손보다 그 손을 움직이는 마음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마음이 다시 하나님을 향하고 있다면, 오늘 하루도 충분히 은혜 안에 머무는 하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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