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이 멈춘 곳, 그릇이 끝난 곳
[열왕기하 4:6]
그릇에 다 찬지라 여인이 아들에게 이르되 또 그릇을 내게로 가져오라 하니 아들이 이르되 다른 그릇이 없나이다 하니 기름이 곧 그쳤더라
열왕기하 4장 1-7절은 한 과부의 절박한 울부짖음으로 시작됩니다. 남편은 죽었고, 빚은 남았으며, 빚 준 사람은 두 아들을 종으로 데려가려 했습니다. 이 여인의 삶은 단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남은 미래마저 끊어질 위기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때 엘리사는 여인에게 묻습니다. "네 집에 무엇이 있느냐?" 여인의 대답은 "기름 한 그릇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였습니다. 여인의 눈에는 그 기름 한 그릇이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작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로 그 작은 것에서부터 일하셨습니다.
본문이 보여주는 중요한 진리는 이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결핍을 곧바로 없애시기 전에, 그 결핍을 순종의 자리로 바꾸십니다. 여인은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지 않고 하나님의 사람에게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이해되지 않는 말씀 앞에서도 빈 그릇을 빌려오는 순종을 감당했습니다.
기름은 빈 그릇이 있는 동안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다른 그릇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기름이 그쳤습니다. 기름이 부족해서 멈춘 것이 아니라, 준비된 그릇이 끝났기 때문에 멈춘 것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혹시 우리 안에 은혜를 받을 빈 자리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빈 그릇은 하나님 앞에서 비워진 마음입니다. 내 생각과 고집과 원망을 내려놓고, 주님의 말씀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된 믿음입니다. 하나님은 빈 그릇을 준비한 자에게 은혜를 부으십니다. 그리고 그 은혜는 무질서한 풍요가 아니라, 빚을 갚고 가족을 살리며 삶을 다시 세우는 책임 있는 은혜로 나타납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기름 한 그릇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작은 자리에서부터 일하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게 많은 것이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말씀 앞에 내어놓을 수 있느냐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부으실 은혜를 받을 빈 그릇을 준비하고 있느냐입니다.
오늘도 부족함을 숨기지 말고 하나님께 나아가십시오. 결핍을 원망의 자리로 흘려보내지 말고, 순종의 자리로 바꾸십시오. 하나님은 빈 그릇을 준비한 삶 위에 은혜를 부으시고, 그 은혜로 우리의 삶을 다시 세우시는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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