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맡기신 뜻을 잊지 말라
[역대하 10:15]
왕이 이같이 백성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으니 이 일은 하나님께로 말미암아 난 것이라 여호와께서 전에 실로 사람 아히야로 하여금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에게 이르신 말씀을 응하게 하심이더라
르호보암은 아버지 솔로몬에게서 왕위를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왕위를 물려받았다고 해서 왕의 지혜와 믿음까지 저절로 물려받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백성들이 솔로몬 시대의 무거운 부역과 세금을 덜어 달라고 요청했을 때, 르호보암은 백성을 섬기라는 원로들의 조언을 버리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라는 젊은 신하들의 말을 따랐습니다.
문제의 중심에는 르호보암이 왕이라는 자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가가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지도자의 자리는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섬기는 자리입니다. 열왕기상 12장에서 원로들은 르호보암에게 “이 백성을 섬기는 자가 되어 그들을 섬기라”고 권합니다. 왕이기 때문에 더 큰 권리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왕이기 때문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와 자녀, 교회의 직분, 직장의 직책을 비롯하여 우리가 서 있는 모든 자리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습니다. 그 자리는 우리의 자존심과 욕심을 이루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람을 사랑하고 섬기기 위해 주어진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자리가 높아질수록 우리는 더 낮아져야 합니다. 오래 믿을수록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더욱 말씀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르호보암의 문제는 조언해 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올바른 조언을 듣지 않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본문 15절은 한 걸음 더 깊은 신앙의 질문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성경은 나라가 분열된 사건을 가리켜 “이 일은 하나님께로 말미암아 난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이것은 르호보암에게 책임이 없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르호보암은 자신의 교만과 어리석음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잘못된 선택조차 하나님의 주권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습니다.
솔로몬이 하나님의 언약을 떠났을 때 하나님께서는 이미 선지자 아히야를 통해 나라가 나뉘게 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르호보암의 어리석음은 바로 그 말씀을 이루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경고를 잊어버린다고 해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심판 가운데에서도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집을 완전히 끊지 않으셨습니다. 유다에 다윗의 왕조를 남겨 두셨고, 결국 그 계보를 통하여 참된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습니다.
르호보암은 “내가 너희의 멍에를 더 무겁게 하겠다”고 말했지만 예수님은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의 왕은 백성에게 무거운 짐을 얹었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가장 무거운 짐, 곧 죄와 심판을 친히 십자가에서 담당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권위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 큰 목소리나 더 강한 힘이 아니라 사랑하고 책임지고 섬기는 권위입니다.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바라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나를 이 자리에 두셨는가?” 이 질문을 놓치지 않을 때 우리의 가정도, 교회도, 일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은혜로 받아들이며, 그 자리에서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성도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