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무릎 꿇는 사람
“이에 다윗이 여호와께 묻자와 이르되 내가 가서 이 블레셋 사람들을 치리이까 하니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이르시되 가서 블레셋 사람들을 치고 그일라를 구원하라 하시니”[사무엘상 23:2]
급한 순간이 찾아오면 마음이 먼저 달려갑니다. 아직 아무 일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이미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선택이 오가고, 그 결과까지 미리 살아낸 것처럼 지쳐버립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라도, 속에서는 끊임없이 계산하고 비교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기도조차 서둘러 버립니다. 하나님 앞에 머무르기보다, 짧은 말로 상황을 전달하고는 다시 우리의 판단 속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는 소식을 듣고도 곧장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급함 속에서 멈추어 섭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묻습니다. 이 한 번의 멈춤은 단순한 신중함이 아니라, 그의 삶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그는 상황보다 하나님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답을 찾기 전에 하나님과 마주 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말합니다. 지금도 불안한데 더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의 말은 현실적이고,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 우리 역시 비슷한 순간들을 지나며 살아갑니다. 하나님께 무엇인가 묻고 싶다가도, 상황을 따져 보고 조건을 계산하다 보면 마음이 바뀌어 버립니다. 조금 더 안전한 길, 조금 더 확실해 보이는 길로 방향을 틀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우리의 시선은 점점 눈에 보이는 것에 묶이고, 하나님께 묻는 자리는 뒤로 밀려납니다. 그런데 다윗은 그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이미 한 번 물었지만, 다시 묻습니다. 그 반복은 확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을 놓치지 않기 위함입니다. 그는 상황 속에서 답을 찾기보다, 하나님 안에서 방향을 찾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흔들릴수록 더 깊이 하나님께 가까이 갑니다.
그렇게 하나님께 묻는 자리에서 다윗의 마음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갑니다. 상황은 여전히 같지만, 그의 중심은 달라집니다. 그는 이제 보이는 것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들려진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그 한 걸음 위에서 하나님은 길을 여십니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불확실한 일들 사이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여전히 답을 알지 못한 채 선택의 순간들을 마주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 속에서도 우리가 붙들 수 있는 한 가지는, 하나님께 묻는 자리입니다. 급할수록 더 서둘러 움직이기보다, 더 깊이 무릎 꿇는 사람. 그 사람은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을 따라 걷게 되고, 결국 길을 잃지 않게 됩니다. 오늘 하루도 마음이 앞서가기 전에 잠시 멈추어 하나님께 묻는 그 자리를 지켜 가기를 바랍니다. 그 조용한 자리에서 우리의 시선이 다시 하나님께 머물고, 우리의 걸음이 그분의 뜻에 맞추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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