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검은불꽃

20260921 [역대하 20:10-13]
2026-09-21 06:07:41
광주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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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우리 하나님이여 그들을 징벌하지 아니하시나이까 우리를 치러 오는 이 큰 무리를 우리가 대적할 능력이 없고 어떻게 할 줄도 알지 못하옵고 오직 주만 바라보나이다 하고” [역대하 20:12]


   살다 보면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유를 알 수 없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아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찾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보려고 했고, 기도하며 결정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정직하게 걸어왔는데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만날 때도 있습니다. 오늘 여호사밧이 서 있는 자리가 그랬습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으로 들어갈 때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모압과 암몬을 치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싸울 수 없어서 피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기에 칼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뒤 그들이 오히려 유다를 치러 왔습니다. 여호사밧은 하나님께 “그들이 우리에게 갚는 것을 보옵소서”라고 아룁니다. 그 말에는 두려움만 아니라 풀리지 않는 마음도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 그때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따랐는데 어째서 지금 이런 일을 만나야 합니까.’ 우리에게도 이런 물음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순종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기도했는데 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지,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왜 이 길을 지나야 하는지 묻게 됩니다. 성경은 그런 물음을 품는 것 자체를 믿음이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여호사밧도 그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기 생각으로 하나님의 뜻을 미리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현실을 그대로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갔습니다. 돌아보면 믿음의 자리에는 늘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모든 일이 이해되어야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일을 품고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 가는 것이 우리의 신앙입니다.

   여호사밧의 기도에서 자꾸 마음에 머무는 말은 “어떻게 할 줄도 알지 못하옵고”라는 고백입니다. 왕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백성들은 왕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고, 군대는 왕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그 고백에서 여호사밧의 믿음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오직 주만 바라보나이다.” 해결책을 찾았다는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하실지 알게 되었다는 말도 아닙니다. 여전히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알고 있습니다. 자신은 모르지만 하나님은 아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하면서도 자꾸 하나님보다 답을 먼저 찾습니다. 이 일이 어떻게 될지, 언제 끝날지,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답을 알아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때로 답보다 먼저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맡기게 하십니다. 내가 원하는 길을 보여 달라는 기도에서 “주님이 아시는 길로 이끌어 주십시오”라는 기도로 조금씩 바꾸어 가십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도 그랬습니다. 그때는 왜 그런 일을 지나야 하는지 몰랐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조금 이해되는 일들이 있었고, 끝내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지나온 일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내가 길을 잘 알아서 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붙들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길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늘 내가 알지 못한다고 해서 하나님까지 모르시는 것은 아닙니다. 내 눈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께 길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알지 못합니다”라는 고백 뒤에는 절망이 아니라 “오직 주만 바라보나이다”라는 고백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13절을 보면 “유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아내와 자녀와 어린이와 더불어 여호와 앞에 섰더라.”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적군은 물러가지 않았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구원하실지도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 전쟁은 너희에게 속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라”는 말씀도 아직 주어지기 전입니다. 그런데 백성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내와 자녀와 어린아이들까지 함께 하나님 앞에 서 있었습니다. 이 장면이 참 오래 남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12절과 15절 사이를 지나는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할 줄도 알지 못합니다”라고 기도했는데 아직 하나님의 대답은 들리지 않는 시간입니다. 기도는 했지만 형편은 그대로이고, 하나님께 맡겼지만 마음 한쪽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남아 있는 시간입니다. 그때 우리는 무엇인가 빨리 해야 할 것 같고, 스스로 답을 만들어야 할 것처럼 조급해집니다. 그러나 유다 백성은 그 사이의 시간을 하나님 앞에서 보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보다 앞서가지 않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그런 믿음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알아야만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알지 못해도 됩니다. 다만 하나님 앞을 떠나지 않으면 됩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곳까지 보시는 분이 계시고, 내가 알지 못하는 내일에도 먼저 가 계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한마디만 마음에 오래 품어 봅니다. “주님, 저는 알지 못하지만 주님은 아십니다.” 답이 조금 늦어져도 주님 앞에 머물고, 길이 보이지 않아도 주님보다 앞서가지 않으며, 오늘 내게 주어진 한 걸음을 믿음으로 걸어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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